♧`°친구들함께

등잔

봄날 아침에.. 2012. 10. 27. 20:56

 

등잔

 

심지를 조금 내려야겠습니다.

 

내가 밝힐 수 있는 만큼의 빛이 있는데

심지만 뽑아 올려 불울 더욱 밝히려 하다가

그을음만 내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요.

 

잠깐 더 태우며 빛을 낸들 무엇하리오.

욕심으로 타는 연기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데

결국은 심지만 못쓰게 되고 마는 것을요.

 

들기름 콩기름을 더 많이 넣지 않아서

방안 하나 겨우 비추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 등잔이 이 정도 담으면

넉넉하기 때문입니다.

 

넘치면 나를 태우고

소나무 등잔대도 쓰러트리고

창호지와 문설주도 불사르기 때문입니다.

 

욕심 내지 않으면

은은히 밝은 내 마음의 등잔이여!

 

분에 넘치지 않으면

좋은 책 한 권 거뜬히 읽어내는

따뜻한 마음의 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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