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아
풀잎/유필이
억새꽃 흐드러지게 춤추는
네 문지방 넘어
노을 진 비탈길에서
한바탕 단풍잔치 벌이다가
잔가지에 서리꽃 피면
바람 속에 오돌오돌 떨고 있는
오롯한 추억 하나 안고
쓸쓸한 긴 그림자 밟으며
낙엽 따라 홀연히 가버린다면
네가 머물다간 자리엔
황량한 삭풍만이 요란스럽겠지
가을아 내 너를 안고
빈들에 마른 풀잎처럼 쓰러져도 좋으니
제발 떠나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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