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좋은글

산거(山居) / 한용운

봄날 아침에.. 2012. 8. 22. 13:38

 

산거(山居) / 한용운


티끌 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을 잊는다 하기에
산을 깎아 집을 짓고
돌을 뚫어 샘을 팠다.
구름은 손인 양하여
스스로 왔다 스스로 가고
달은 파수꾼 아니건만
밤을 새워 문을 지킨다.
새소리를 노래라 하고
솔바람을 거문고라 하는 것은
옛사람의 두고 쓰는 말이다.

님 그리워 잠 못 이루는
오고 가지 않는 근심은
오직 작은 베개가 알 뿐이다.

공산(空山)의 적막(寂寞)이여
어디서 한가한 근심을 가져오는가.
차라리 두견성(杜鵑聲)도 없이
고요히 근심을 가져오는
오오 공산의 적막이여.

 

 

 

인연 지어가는 나 어찌 중이랴

나뭇잎 떨어짐이 가장 서러운 일이거니

오는 가을 잡아맬 끈은 없는가.

산거(山居) 卍海 韓龍雲